[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작가 김종숙(50)은 풍경을 ‘만든다’. 캔버스작업에도 불구하고 ‘그린다’보다 ‘만드다’가 적절하다. 일일이 크리스털을 붙여 완성한 풍경을 뽑아내서다.

유독 공들이는 소재는 옛 진경산수화. 깊은 산과 물, 푸른 숲과 나무에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이 내는 영롱한 빛을 뒤집어씌운다. 현대와 조선의 화려한 접합이라고 할까.

다만 과정이 단순치 않다. 밑그림 올린 바탕에 세필붓으로 접착제 점을 수없이 찍고, 크리스털 알갱이를 하나하나 붙여나가는데. 그 갯수가 수십만이다.

‘인공풍경-정물화’(2017)는 진경산수에 몰입해온 작가가 빚은 흔치 않은 정물. 18세기에 등장한 ‘책거리’다. 칸이 나뉜 선반에 도자기·꽃병·화분·차주전자 등을 옛 방식대로 들여놨다.

보통 보석처럼 빛나는 예술품에 ‘반짝인다’고 말하지 않나. 이 작품, 진짜 반짝인다. 지난한 노동의 대가는 ‘빛’이었다.

내달 17일까지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슈페리어갤러리서 여는 개인전 ‘빛의 기억’(Memory of the Light)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혼합재료·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 130.3×162.4㎝. 작가 소장. 슈페리어갤러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