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조보석으로 심상 속의 풍경인 유토피아를 그려내

▲ 김종숙,

산수화를 우리시대의 풍경화로 재해석하여 ‘인공산수’를 만들어내는 작가 김종숙(43)이 화면 가득 ‘인조보석’을 덮은 작품을 11월 30일부터 12월 13일까지 인사동 관훈갤러리 전관에 펼쳐 놓는다.작가의 작품 ‘인공상수’에는 겸재의 ‘금강전도’를 배경으로 현대적 기법과 재료를 통해 변형된 산수화를 그려 넣는다. 모든 작업은 원화의 먹그림이 낯설 수도 있는 인공적인 재료로 옮겨지며, 원화 위에 무궁한 상상력으로 덮고 있다.작가가 전시장에 선보이는 작품들은 수만 개의 달하는 크리스털 보석으로 꾸민 ‘인공산수, 관념 산수’로 동양화의 현대적 번안으로 해석되어 진다. 수 만 여개의 달하는 스와로브스키 엘리먼츠를 일일이 캔버스에 옮겨 서너 달씩 걸려 완성하는 그의 관념 산수는 전통 장인의 명품을 만들어내는 여정과 비교해 손색없을 정도로 극한 세밀성을 표현한다.하지만 김 작가는 현대미술에 있어 종종 화두가 되고 있는 재현의 방식, 재료자체의 변화로 국한되는 변화에서 한발 떨어져 있는 작업을 펼치고 있다. 이를 위해 작가는 이질적 혼성을 통한 지각의 수용에 자신의 작업 방법을 설정한다.작은 크리스털을 이용하여 찰나에 명멸하는 빛을 그림 속으로 끌어 들이고 이를 다시 분산시켜 이미 존재하고 있던 복고예술의 이미지를 새로운 현대적 이미지로 탈바꿈시키지만, 감각을 통해 올라온 지각이 시각의 확인을 넘어 객관적 입장에서 체감되는 순간을 중요시 한다.

▲ 김종숙,

이번전시에 작가는 현대인이 좋아하는 값 비싸고 고급스럽고 사치스러운 보석의 화려함은 너무나 일시적이고 부질없이 보인다고 한다.그저 한낱 욕망의 상징으로서 보석은 인간이 갖는 욕망의 일부분을 가면을 쓴 허식으로 일깨워주면서 동시에 표면적인 화려함이 담긴 사치의 최고조에 도달한다.그 화려함 이면에는 소비사회의 물신주의 가 도사리고 있고, ‘표면’의 촉감적인 감각을 자극하는 자본주의의 욕망인 현대인의 속물근성이 숨겨져 있다. 이러한 화면 위를 가득 채우는 화려한 보석의 응집은 물신주의의 상징이자 인간성의 부재를 드러낼 뿐만 아니라 소비사회의 기호를 상징한다.

▲ 김종숙,

작품이 그려진 표면 위에는 인조보석 ‘스와로브스키 엘리먼츠’가 도포되어 있다. 그것에는 보석의 상징적 의미뿐만 아니라 인간 욕망에의 역설이 담겨져 있다. 그것은 대상을 끊임없이 소비하고 소유하려는 인간의 욕망을 부추기지만, 결코 충족되지 못하고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욕망을 지칭하는 것이다.과거 이래 보석의 상징적 의미는 부귀, 권력, 존귀한 신분으로서의 개념이었는데 반해, 오늘날의 보석의 의미는 ‘소비의 대상’으로 전락하면서 의미가 변질되었다.보석을 소비의 대표적 상징으로 여기며 하나의 아이콘이 되었고, 그런 의미에서 욕망의 기호가 되어버렸다. ‘스와로브스키’는 현대 소비시대의 대중적 유행을 이끄는 시대의 부산물이며 상품의 기호이다.

▲ 김종숙,

어느덧 현대인의 물질화된 취향적 아이콘이 되어버린 ‘스와로브스키’가 오늘날 소비사회에서 자본주의의 속성과 결합하였고, 물품에 신화적 대상물이라는 지위를 부여받게 되면서 ‘보석의 대리물’이 되었다.또한 이미지의 정체성 측면에서 볼 때, 이러한 ‘스와로브스키’는 미디어의 재현에 의해 형성된 신화화된 보석이미지의 ‘흉내’인 것이다. 즉, 현대에 있어서 보석은 신화에 다름 아닌 것이다. 그러나 묘하게도 ‘스와로브스키’는 키치와 명품의 이중적인 얼굴을 지닌 물산주의의 산물이다.

▲ 작업실에서 작품제작을 하고 있는 김종숙 작가.

김 작가는 작업을 통해 옛 그림의 이미지 차용은 역사에 근거하고 앞 시대의 전통에 의존하는 의미를 담으려 했다. 그러나 작가는 시공의 특수성을 통해 전통의 맥락 속에 개입하여 전통을 변형하고 마침내 작품으로 들어와 새로운 의미 생성의 가능성을 보여준다.그의 작업은 전통적인 먹그림에도, 서양미술사의 맥락에도 속하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이 모두를 포함하게 된다. 서로 다른 이질적 요소인 시간과 물질을 개입시켜 충돌하고 갈등하고 융합하게 하여 새로운 의미창출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그것은 결국 새로운 미래의 세계관을 시각화하는 일련의 과정이고, 전통을 딛고 전통을 넘어서는 것이다. 문의 02-733-6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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