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숙 ‘artificial landscape’. 갤러리 래 제공

‘회화인가, 공예인가, 설치미술일까.’ 작품은 강렬하고 무엇보다 독특하다. 김종숙 작가는 “저는 크리스털 페인팅이라고 부릅니다”라고 답한다.

김 작가는 드문 방식으로 작업한다. 아크릴 물감으로 밑그림을 그린 후 그 위에 크리스털을 붙여 그림을 완성한다. 단순히 크리스털 몇 개로 그림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수만 개에서 수십만 개의 크리스털로 그림을 그린다.

크리스털 이용 입체감 더해 전통 한국화의 색다른 표현
갤러리 래 ‘김종숙 개인전’

김 작가에게 크리스털은 물감처럼 회화의 표현 도구이다. 2004년 처음 시작할 때는 실수도 많았지만, 지금은 자유자재로 이미지를 구현한다. 한 가지 색으로 보이는 크리스털도 가까이 가면 세밀하게 명도와 채도의 차이를 느낄 수 있다. 김 작가는 매화, 산수 등 전통적인 한국화를 그린 후 크리스털로 입체감을 더한다. 그림의 표면 위에 더해진 빛의 물결은 표면을 뚫고 나와 양각으로 솟아있는 형태이다. 기존의 풍경화가 안정된 화면이라면, 풍경의 이미지가 밖으로 돌출한 김 작가 작품은 빛이 진동하면서 화면을 흔들고 교란한다. 빛의 방향에 따라 색다른 풍경으로 다가오는 것이 매력이다.

홍익대 학부부터 석·박사까지 모두 서양화를 공부했던 김 작가는 늘 회화의 영역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크리스털 페인팅은 이 고민의 결과물이다. 회화의 확장된 영역이란다. 전통회화를 재해석하는 동시에 현시대 욕망의 드러내는 크리스털을 혼합한 식이다.

아버지가 나전 공방을 운영했기 때문에 반짝이는 조각으로 그림을 완성하는 건 김 작가에게 오래전부터 예정된 일인지도 모른다. 크리스털 페인팅의 작업은 밑그림을 그린 후 작은 크리스털을 일일이 붙여야 해 엄청난 인내를 요구한다. 하나의 작품이 탄생하려면 하루 12시간 이상 작업을 해도 몇 개월이 예사로 걸린다. 조수에게 맡기지도 못한다.

김 작가의 작업은 한국보다 외국에서 반응이 더 좋다. 한국적인 산수화에 매혹적인 빛이 더해지니 정신이 담긴 금수강산이라는 칭찬을 듣고 있다. 김 작가는 올 하반기 중국 뮤지엄급 미술관 대규모 개인전 초대도 받았다.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는 뜻이다.

▶김종숙 개인전 ‘ARTIFICIAL LANDSCAPE-Spectacle or Phantasmagoria’=5월 13일까지
갤러리 래. 051-995-2020.
김효정 기자 tere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