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인사동 리서울 갤러리가 개관 기념전으로 김종숙, 박훈성, 석철주, 이이남, 허진 등 활발하게 활동 중인 작가 5명의 작품을 소개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한국적 특수성을 작품의 기초에 두고 국제적 보편성을 추구한다는 사실이다. 전시장에는 순수 정신과 미적 도덕성을 추구하는 작가 의식이 투영된 작품들이 나왔다.

김종숙의 ‘인공 풍경’은 전통 산수화에 미세한 크리스털 스와롭스키와 같은 인조 보석류를 고도의 집중력과 노동력으로 완성한 연작이다. 컬러풀한 색채와 빛의 영롱함을 지닌 보석들이 구현하는 풍경의 세계는 색다른 차원의 장소성을 전달한다.

박훈성의 근작들은 진달래, 나팔꽃과 같은 소박한 꽃들을 극사실적으로 재현한다. ‘사이(between)’라고 명명되는 작품들을 통해 작가는 사물의 실재와 그것보다 더 정교한 이미지 사이에서 발생하는 심미적 파장을 탐구한다. 실재 사물에서는 지각할 수 없는 미적 감수성을 탐미적이고 고혹적으로 재현된 회화 작품을 통해 불러들인다.

석철주의 ‘자연의 기억’ 시리즈는 풀숲과 화분, 꽃 등이 초록색과 붉은색의 강렬한 원색을 바탕으로 전개된다. 캔버스를 원초적 자연의 세계로 여기고 그 바탕에 생명력과 호흡이 담긴 대상물을 재현시킨다. 작품들은 생명과 자연에 대한 경외와 순수성에 대한 기억, 그리고 참선의 과정과도 같은 무수한 붓질의 행위를 통해 탄생되는 산물들이다.

이이남은 디지털의 힘으로 서로 다른 세계를 넘나드는 예술 세계를 구현한다. 다른 시간과 다른 공간이 한 화면에 만나 새로운 현실, 상상 속의 세상을 보여준다. 작품들은 마치 시냇물이 흐르듯, 바람이 부는 듯 정중동의 움직이는 이미지이기에 관객들에게 던져주는 충격파가 크다. 도달할 수 없는 곳에 도달한 것처럼 느끼게 하는 환상의 저편을 보여주는 작가의 작품이 주목받는 이유는 신기한 디지털 기술 때문만이 아니라 고전과 명작에 대한 탁월한 안목과 해석 때문이기도 하다.

허진은 ‘유목동물+인간’ 연작을 통해 원초적 생명세계로의 환원을 욕망한다. 얼룩말과 기린이 등장하고 캥거루와 코끼리가 그려진 화면에 현대인의 형상이 다양한 모습으로 중첩돼 나타난다.

이는 자연본능과 생명력으로 생태 질서가 유지되는 날것 그대로의 원시세계, 즉 잃어버린 파라다이스를 꿈꾸는 것이기도 하다. 이번에 출품된 작품들은 50호 이하 소품들이다. 전통 수묵채색의 배경에 푸른색과 보라색, 황금색 등 강렬한 물감을 사용한 작품들로 구성됐다. 전시는 22일까지다. 02-720-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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