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의 일종인 스와로브스키 엘리먼츠를 활용하는 김종숙 작가는 한 땀 한 땀 수를 놓듯 산수풍경을 완성해 나간다. 그의 작업은 겸재 정선의 ‘금강전도’나 안견의 ‘몽유도원도’ 등 조선시대 회화에서 모티브를 얻어 풍경을 구상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붓 대신 영롱한 색과 빛을 내뿜는 보석 재료들을 화면에 점점이 붙이는 힘든 과정을 거친다. 그렇게 완성한 작품은 보석으로 그린 입체 회화가 된다.

문인화의 기본 정신이랄 수 있는 예(禮)와 예(藝)를 중시하는 그의 작품은 전통과 현대 사이에 놓여 있는 한국화의 새로운 길을 엿보게 한다. 휘황찬란한 점들이 연결돼 선을 이루고, 선들이 풍경을 만들어내고, 중간 중간 여백이 터를 잡은 화법(畵法)이 독특하다. 자연과 인간이 어우러지고, 예술과 대중이 소통하는 유토피아가 따로 있을까. 인공적인 풍경이 겨울의 길목에서 눈처럼 반짝이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이광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