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소한 미학-아페르토’ 전에 전시 중인 박승예 작가의 작품들

언제부터인가 동 시대 한국미술에서 철학적 견해보다는 화려하고 현란한 기술로 치장한 작품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미술이 대중에게 다가서는 것이 잘못되었다고 할 수는 없겠으나, 이로 인해 내실 있는 작품들이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 안타까운 일이다. 가일미술관은 이처럼 상업화되고, 제대로 된 비판이 존재하지 않는 미술계의 허약한 현실을 꼬집는 <검소한 미학-아페르토> 展을 마련했다. 12월15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전시에는 김종숙, 노주용, 박승예, 양자주, 예미, 웁쓰양, 최승희 등 7명의 작가가 참여해 30여점의 작품을 소개한다.

전시 제목인 ‘아페르토’는 피아노 오른쪽 페달을 밟아 현을 개방한다는 뜻으로 마치 각 현을 활짝 열어 젖혔을 때 또 다른 음으로 전이되어 새로운 파장을 생성하는 것처럼 개별적인 작업세계를 구축해온 작가들이 하나의 장에 놓였을 때 어떤 화음을 들려줄 수 있는지를 되묻는 의미로 붙여졌다.


김종숙, Artificial Landscape, 2009, 캔버스 위에 스와로브스키, 혼합매체, 140 x 140cm

이번 전시는 동 시대 예술의 상업화를 거부하고 예술의 본질을 탐구하는 자세가 돋보이는 작가들의 작품으로 꾸며졌다. 먼저 예미는 인간과 동물간의 관계, 인간의 동물적 본능, 현대적 시점에서 약육강식이라는 메시지가 강하게 드러나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양자주는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버려진 것들 혹은 버림 받은 사람들에게서 작품의 소재를 찾았다. 최승희는 색면 추상과 설치작업을 통해 인간 내면의 고뇌와 예술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늘여놓는다. 웁쓰양은 전시장을 마치 재래시장처럼 꾸며놓고는 문턱 높은 전시장과 난해하고 고상한 단어들이 오고가는 부르주아적 전시태도를 지적한다.

이밖에 사회가 요구하는 바에 의해 연출되는 얼굴과 그 안에 숨겨진 내면을 들춰내는 박승예, 과거와 현재가 동시에 존재하는 시공간을 만들어 낸 김종숙,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실제 풍경을 감각적으로 다시 그려낸 노주용의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예미, Termite society, 2010, 캔버스 위에 혼합매체, 112.1 x 145.5cm

<사진제공 가일미술관> (031)584-4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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