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박현주 기자 = ‘크리스탈 산수화’로 유명한 작가 김종숙(49)이 개인전을 연다.
서울 한남동 갤러리조은에서 초대, 오는 26일부터 ‘김종숙, ‘빛의 산수(山水)’를 타이틀로 26점을 전시한다.
멀리 떨어져봐야 풍경이 드러나는 인상파같은 작품은 붓과 물감이 아닌 오로지 크리스탈이 완성한 ‘광활한 빛남’이다.
한땀한땀 수놓는 장인처럼 작업과정은 마음을 비워야 나온다. 캔버스에 먼저 아크릴 물감으로 밑그림을 그린 후 그 위에 접착제로 코팅하는 일을 여러 차례 반복한다. 이후 화폭에 다시 세필 붓으로 수많은 접착제 점을 찍은 후 크리스탈 알갱이를 붙여나간다.
150호(227.3×181.8cm)크기 그림의 경우 모두 35만개의 크리스탈이 들어간다. 노동집약적이기도 하지만 크리스탈의 가격을 고려할 때 재료값만 엄청나게 드는 작품이다.
작가는 “화랑에서 팔리는 그림 값이 재료값에도 못 미칠 때가 많아요. 그나마 이제 해외 화랑과 아트페어 등에서 제 작품을 인정해주시니 제대로 가격을 받는 날이 오겠죠“ 라며 낙관적이다.
홍익대 회화과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작가가 동양적 산수화를 담아낸 것은 아버지 덕분이다. 부친은 서울에서 유명한 나전공방 장인이었다. 어려서부터 아버지 공방을 드나들며 나전 가구의 반짝임을 자연스럽게 접한 흔적이 배어 나왔다.
“2000년대 들어 일반 서양화를 그리며 제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작품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내 뿌리로부터 거슬러 올라가다보니 아버지가 돌아갈 시점에 유행처럼 사라져버린 나전이 생각났고, 나전가구의 반짝이는 빛의 세계에 이 시대가 조응할 수 있는 크리스탈이라는 재료를 찾아내게 된 것이죠.”
2004년부터 ‘인공 풍경(Artificial Landscape) 연작’ 개인전을 통해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탈을 매개체로 우리 전통회화인 진경 산수화의 새로운 세계를 펼쳐왔다.
붓대신 크리스탈로 그려낸 동양 산수화같은 풍경은 보는 순간 발길을 끈다. 마치 기암괴석의 깊은 골에 굽이굽이 접혀있던 과거의 시간이 여기 이곳의 빛으로 펼쳐 나오는 듯하다. 정지한 과거의 시간이 빛의 속도로 돌진해오는 선묘라 할까. 반짝임에 매혹되어 다가서면 조선시대 산수화가 주는 푸근함과 아름다움에 새로운 눈을 뜨게 한다.
크리스탈과 조선시대의 산수화를 접합시킨 작품은 해외에서 더 주목받았다. 지난 3월 미국 뉴욕에서 열렸던 ‘아시아위크’에서 뉴욕타임즈는 ‘세계의 반대편에서 온 명멸하는 빛의 보석’ 이라는 타이틀로 김종숙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며 “김종숙의 ‘인공풍경 작품은 반짝임과 경쾌함, 그리고 예상치 못한 소재의 병치를 관객에게 선사한다”고 극찬했다.
김종숙 작가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미술사학 박사를 취득했다. 작품은 국립현대미술은행, 서울동부지검, 스와로브스키 코리아, 스와로브스키 오스트리아 등 주요 기업등에 소장되어 있다. 전시는 8월 1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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