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김종숙‥명멸(明滅)하는 유토피아-미혹(迷惑) 속에 깨달음을 얻다
Thousands of crystals are shimmering on the peaks and valleys in traditional landscape painting sansu-hwa (山水畵; painting of mountain and river) of eighteenth-century Chosŏn Dynasty to create a spectacle of luminosity. Artificial Landscape, a series of paintings Jongsook Kim has explored since 2005, is a panorama of illuminated landscape.
The surface encrusted with SWAROVSKI ELEMENTS first strikes the viewer as dazzling spectacle, but as it unfolds in time, it is more a iridescent screen than a reified surface – a reflective screen on which projected pictures are animated due to successive overlaps of still images in a fraction of a second.
김종숙(金宗淑)작가는 이 2005년 이래 꾸준히 천착해 온 ‘인공풍경’은 일차적으로 빛의 스펙터클이라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스와로브스키 엘리먼츠와 조선시대의 산수화를 접합시킨 매혹적인 표층이다.
그러나 그 유혹의 표면은 완결된 물신주의가 안으로 내파(內波)된 분리의 스펙터클이라기보다는, 시간을 횡단하고 이미지를 교차시켜 상(像)을 영사하는 연속적인 스크린에 가깝다. 스크린은 부단히 명멸함으로써 연속되는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무수히 상이한 텍스트를 중첩함으로써 하나의 서사를 이어나가는 빛의 매재(媒財)이다.
◇Commentary and Critique – Layers of Time(주해와 비평-시간의 층위)
It is a utopia that the brushwork of light re-calls. Jongsook Kim unravels the time of utopia entangled in our memory by means of re-telling and re-calling, while strategically narrating it in the language of enticement and seduction. The exquisite coexistence of dream and awakening drives from the dual structure of commentary and critique immanent in the work.
In Artificial Landscape Kim makes commentary on the past as she critiques the present. The two layers of time in the series consist of the re-production of landscape painting from the remote past and the obsessed accumulation of jewels from present consumer culture. The transcription and succession in Artificial Landscape are at once familiar and strange. The utopia deeply embedded in our collective unconsciousness casts the auratic light of fetishistic commodity, transforming itself into a paradise of paradox.
그 빛의 선묘가 그려내는 것은 다름아닌 유토피아다. 서양화가 김종숙은 과거로부터 도래하는 미래의 유토피아를 복제와 서사의 구조로 풀어내되, 이를 매혹의 표면이라는 현재의 언어로 구사하는 고도의 책략을 사용하고 있다. ‘인공풍경’의 독특한 이중구조는 매혹의 대상에 가하는 주해와 비평에서 기인한다.
작가 김종숙은 주해자이자 비평가로서 과거에 주석을 달면서 현재에 비평을 가한다. <인공풍경>에 중첩된 시간의 두 층위는 주해의 대상이 되는 조선의 산수화와 비평적 각성을 일깨우는 유사보석의 집적으로 이루어졌다. ‘인공풍경’의 번안과 전승은 낯설면서 낯이 익다. 우리의 집단적인 무의식에 자리 잡은 낯익은 이상향이 상품물신의 아우라를 발산하며 파라독스의 스펙터클을 펼치니 낯설고 생소하다.
▲ ARTIFICIAL LANDSCAPE–Luminous Green Drawing, 116.8×90.9㎝ Mixed media & Swarovski’s cut crystals on canvas, 2017
◇Light and Gaze-Layers of Desire(빛과 응시-욕망의 층위)
Artificial Landscape strictly follows the order of desire. Images of mountains and rivers selectively silkscreened or drawn from sansu-hwa provide the ground to which SWAROVSKI ELEMENTS are affixed to form the encrusted surface of the landscape. Unlike abjection, Artificial Landscape sustains the screen-surface of lure and seduction which conquers the subject with invasion.
‘인공풍경’은 치밀하고 집요하게 욕망의 질서를 따른다. 실크스크린으로 전사되거나 선택적으로 드로잉된 산수절경은 회화의 물리적인 표면에서 그림이 드러날 수 있는 일차적인 바탕을 구성한다. 다음으로 그 위에 다시 한 번 선택적으로 부착된 크리스털 알갱이들이 그림의 표면 위에 빛의 화면을 겹쳐놓는데 이 빛의 화면은 그림의 표면을 뚫고 나와 양각으로 솟아있다. ‘인공풍경’은 혐오 대신 매혹으로 주체를 탈 안정화하니, 오히려 저항할 수 없는 은근한 힘으로 주체를 무장해제 시키는 측면에서 보자면 혐오의 방식을 넘어서는 한 수 위의 전략이다.
△글=Eun Young Jung (Art Critic│Professor of Art History, Hannam University)/정은영(미술사 박사, 한국교원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