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아트베이징’ 현장 가보니
올해 8회를 맞은 아트베이징은 2004년 시작한 중국국제화랑박람회(CIGE)와 함께 베이징의 양대 아트페어로 꼽힌다. 둘은 비슷한 시기에 열렸으나 후발주자의 급성장으로 CIGE 개최는 미뤄졌다. 아트베이징은 국제아트페어를 표방하면서도 참여 화랑 176개 중 대다수가 중화권 화랑으로 중국 작가와 미술에 확실한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올해 8회째를 맞은 ‘아트베이징’은 중국 미술에 방점을 둔 국제아트페어다. 중국 컬렉터들이 자국 미술품을 선호하는 데다 수입미술품 판매 시 약 30%의 세금이 붙는 만큼 해외 화랑의 참여가 낮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지난달 30일 오후 6시 중국 베이징의 전국농업전람관에 사람들이 물밀듯 몰려들었다. 노동절 연휴를 끼고 3일까지 이어진 국제 미술품 장터 ‘2013 아트베이징’의 프리뷰를 보러 온 관객들이었다. 화려한 옷차림의 컬렉터와 미술 애호가들이 주류를 이루는 해외 아트페어와 달리 이곳은 학생들, 아이와 할머니를 동반한 가족 등 각계각층이 한데 어우러져 시끌벅적한 축제 분위기로 달아올랐다.
아트베이징을 통해 미국과 세계 미술시장 점유율 1위를 다투며 주목받는 중국 미술시장의 배짱과 저력을 엿볼 수 있다. 주최 측에 따르면 관객 수는 작년 5만 명에서 6만여 명으로 늘고, 95%에 이르는 화랑이 판매에 성공했다. 국제화를 내세운 아시아의 다른 아트페어와 섣불리 경쟁하는 대신 ‘중국에 근거지를 두고 아시아를 위한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장기적 목표 아래 내수 시장을 건실하게 다지는 전략이 꾸준한 성장의 원동력인 셈이다.
○ 종합선물세트 구성으로 시너지를 만들다
2만 ㎡의 전시관에서 열린 행사에선 쩡판즈, 장샤오강 등 블루칩 작가와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두루 볼 수 있었다. 고미술에 관심이 많은 나라답게 동양화 서예 장신구 가구 등을 조명한 전시장이 더 북적거렸다.
7개 특별전 가운데 한중일 작가를 소개하는 ‘Being Asia’전이 눈길을 끌었다. 한국의 가나아트, 예, 아틀리에 705, 선 컨템포러리 같은 화랑들이 진유영 김두진 이환권 박미나 등의 작품을 선보였다.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 김율희 씨는 “가까이 있으면서도 중국인들은 아시아 작가를 잘 모른다”며 “관객들이 테크닉과 개념이 조화를 이룬 한국 미술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고 소개했다.
상업성에 충실하면서도 비영리단체와 공공미술을 조명하는 등 종합선물세트 같은 구성으로 시너지를 낸 것이 인상적이었다. 전시장 들어가는 길목에 ‘공원’을 테마로 입장료를 내지 않고 감상할 수 있는 조각과 미디어 아트를 선보였다. 전시장 안에선 이스라엘 멕시코 스페인 등 각국 대사관과 문화원들이 참여한 기획전과 함께 폴리옥션 등 주요 경매사들의 동시 프리뷰가 열렸다. 앤디 워홀, 구사마 야요이의 작품과 다윈의 ‘종의 기원’ 초판본을 소개한 컬렉터 소장품전, 자선 프로젝트 등 볼거리가 풍성했다.
○ 국제화에 앞서 현지화로 초점을 맞추다
세계 미술시장이 침체된 상태지만 ‘중국 스타일’을 앞세운 아트베이징은 관객 수와 판매에서 호조를 보였다. 에이미 리 갤러리의 에이미 리 대표는 “작가 7명의 30점을 가져와 3분의 1 정도 팔았다”며 “아직까지 투자 목적으로 사는 컬렉터들이 많긴 하지만 이런 행사를 통해 중국인들의 현대미술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커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트베이징 둥멍양 대표는 “중국 컬렉터와 작가들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관객들에게 현대미술을 알리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며 “중국인들이 아직은 해외 미술을 받아들일 단계가 아니라는 판단에서 선진국 아트페어 운영 모델을 그대로 따라 하기보다 우리에게 맞는 현지화 전략을 택한 것이 발전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매 등 중국의 2차 미술시장이 비정상적으로 커진 만큼 아트베이징을 통해 1차 시장이 차근차근 발전하는 데 힘을 쏟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