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숙 미술작가 “크리스탈은 또 다른 물감”
7월 6일~8월 31일 슈페리어 갤러리서 개인전
‘반짝반짝.’ 미술을 모르는 사람도 그냥 지나칠래야 지나칠 수 없고, 눈과 발걸음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작품이 간혹 있다. 김종숙 작가의 ‘크리스탈 산수화’가 그렇다. 아크릴 물감으로 밑그림한 것 위에 수놓여진 수십만개의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탈이 그녀의 땀방울임을 대변하듯 한없이 반짝인다.
김 작가는 자신의 작업 개념을 ‘셀렉티브 드로잉’이라고 정의한다. 캔버스 화면에 진경산수화 밑그림을 그린 뒤 그 위에 선택적으로 보석들을 붙인다. 스와로브스키의 투명한 화이트 톤 크리스탈은 물론, 루비, 에메랄드, 사파이어 등등 유사보석이 그녀의 물감인 셈이다.
김 작가는 2004년부터 ‘인공풍경(Artificial Landscape) 연작’ 개인전을 통해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탈을 매개체로 하여금 우리 전통회화인 진경산수화를 보다 화려하게 돋보이게 했다는 극찬을 받아왔다.
전통회화를 재해석하는 동시에 현대의 도시적이고 화려한 소비문화의 성격을 크리스탈이라는 재료를 통해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한 김 작가는 2000년대 초 어떤 작업을 해야할까 고민하던 중 현시대와도 호흡하면서 본인만의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작업을 하기로 결심했다.
“당시 회화를 확장시킬 수 있는 좋은 재료가 뭐가 있을까 고민하던 중 크리스탈이 많이 보이더라고요. 옷에도 붙이고, 액세서리에도 붙어있고요. 장신구와 보석 개념의 크리스탈로서 시대적인 유행도 있었지만 반짝이는 것에 대한 남다른 유년시절의 기억이 있어서 ‘이러한 시대적 요청과 개인사를 반영하는 작업을 해야겠다’고 다짐했죠.”
김 작가의 부친은 나전장롱 공방을 운영했다. 동양화 위에 나전(자개)들을 붙이는 전 과정을 보아온 그녀였기에 ‘빛이 주는 효과’를 톡톡히 알고 있었다.
김 작가의 크리스탈 드로잉은 부친으로부터 물려받은 정신적인 유산이면서 작가 본인의 정체성 그자체인 것이다.
작업 초창기에는 막대한 재료비를 충당하는 게 가장 힘든 점이었다. 김 작가는 “100만원어치씩 사가기를 반복하다보니까 어느순간 겁이 났다. 스와로브스키에서 재료 후원을 받고 싶어 2006년부터 문을 두드렸지만, 쉽지 않았다”며 “2010년에 이 작업과 관련한 박사논문을 끝낸 뒤 다시 찾아갔을 때 디자이너가 아닌 순수미술작가로는 이례적으로 스와로브스키 선정작가가 되어 재료후원을 받게됐다”고 말했다. 그녀의 작품은 스와로브스키 한국 지사뿐만 아니라 오스트리아 본사 회장실에도 소장돼있다.
김 작가의 작품활동은 날개를 다는가 싶더니 지난해 표절 논란에 휘말렸다. 법원은 표절이 아니라고 김 작가의 손을 들어줬지만 상대방에 의해 검증없이 내뱉어진 ‘표절’이라는 단어에 의해 그녀는 상처받고 고통받았다.
“이제껏 해왔던 것처럼 누가 알아봐주지 않아도 묵묵히 작업하는 진정성있는 작가로 비춰지길 바랐는데, 참 안타깝죠. 저는 작업을 꾀부리지 않고, 맹렬히 하는 걸로 미술계에서 알려진 사람이거든요. 간간이 강의하러 대학교에 나가는 게 저의 쉬는 시간일정도로 매일 매일을 작업실에서 살아가는 작가였는데, 그 이미지를 상대방이 일순간에 망쳐버린 셈이니까 정신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정말 힘든 시기였죠.”
김종숙 작가는 조수를 두지 않는 작가로도 유명하다. 조수를 희망했던 제자 중 몇몇은 고도의 집중력과 세밀함을 요하는 김 작가의 작업에 손사레를 치며 도망가기도 했다. 김 작가는 캔버스에 실크스크린 판을 이용하는 밑잡업을 할 때에만 조수들에게 잠깐씩 도움을 받고 있다.
“‘셀렉티브 드로잉’이잖아요? 밑그림을 해놓고 어느 부분에 어떤 크리스탈을 붙일지는 온전히 제가 선택하고 제가 마음대로 자유롭게 붙여야 하는 거라 (제 마음을 어느 누구도 알 수 없기에)컨셉상 조수를 쓰는 것은 말이 안되죠.(웃음) 한 작품이 탄생하기 위해서 보통 몇달이 걸리고, 어떤 것은 5~6년 이상 걸리는 것도 있어요. 그만큼 체력이 따라줘야 할 수 있는 작업이죠.”
김 작가가 가장 뿌듯함을 느낄 때는 언제일까. 그녀는 고민할 필요도 없이 “보는 이들이 작품 가치를 인정해줄 때”라고 말했다. 그녀는 “관객이 편견없이 작품을 감상하고, 행복감에 미소지을 때 나 자신도 그동안 작업하면서 힘들었던 시간을 보상받는 기분”이라며 “앞으로도 외적인 압박에 굴하지 않고, 작업에 몰두해 다양한 결과물을 세상에 내놓고 싶다”고 미소지었다.
얼마 전 김종숙 작가는 옥인동에 위치한 메트로신문사 사옥 내의 더트리니티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성황리에 마쳤다. 오는 6일부터 8월 31일까지 삼성역에 위치한 슈페리어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선보인다. ‘Sparkling Forever, Kim Jong-Sook’이라는 타이틀 하에 블루와 화이트 톤의 작품들을 전시한다.